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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 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 (고레에다 히로카즈) 본문
나에게 인생영화를 꼽으라고 한다면,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 눈물은 많이 흘려봤지만, 이 영화는 아주 대놓고 오열하고 본 기억이 있다.
그때부터 고레에다 감독이 좋아졌고, 이후 <바닷마을 다이어리>, <아무도 모른다>, <어느 가족> 등 그의 작품을 빼놓지 않고 보았다. 이번에 개봉한 '브로커'는 우리나라 배우들이 출연했다는 소식에 흥행은 꽤 된 것 같지만, 그의 작품세계를 잘 모르는 관객들은 지루하다...는 평으로 가득해서 개인적으로 안타까움이 들었다.
종강 이후, 제일 첫 외출일정으로 브로커를 보러 광화문 시네큐브로 향했다.
작년에 읽은 책이지만, 그를 더 이해하고 싶어 영화 상영전에 한번 더 읽은 책
<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 이라는 자서전 느낌의 책이지만 감독 자신의 생각이나 세계관이라기 보다는
자신의 필모의 역사를 되짚으며, 감독으로서 전하는 영화 당시의 환경, 감독의 의도, 비하인드 스토리로 채워져있다.
그 또한 너무 건조하여.. 책을 덮으면서 '참 그 답다' 라고 생각했다.
그의 영화는 시종일관 잔잔하다. 다큐같이 철저히 객관적이다.
꽤나 사연많은 등장인물들인데, 극적인 장치가 별로 없다.
그냥 나레이션 없는 '인간극장' 느낌?
일관성 있는 그의 작품 세계에 대해 잘 드러난 구절이 책에 있어 옮겨본다.
내가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알기쉬운 흰색과 검은색의 대비가 아니라 회색 그러데이션으로 세계를 기술하려 했습니다.
영웅도 악당도 없는 우리가 사는 상대적 가치관의 세계를 있는 그대로 그리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 시도는 마지막까지 제대로 관철했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도 모른다>는 칸 국제영화제에서 80번에 가까운 취재를 받았는데,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당신은 영화 등장 인물들에게 도덕적 판단을 내리지 않습니다. 아이를 버린 어머니조차 단죄하지 않지요" 라는 지적이었습니다. 저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영화는 사람을 판가름하기 위해 있는 게 아니며 감독은 신도 재판관도 아닙니다. 악인을 등장시키면 이야기는 알기 쉬워질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기에 오히려 관객들은 이 영화를 자신의 문제로서 일상으로까지 끌어들여 돌아갈 수 있게 되지 않을까요...."
이 생각은 지금도 기본적으로 변함없습니다. 영화를 본 사람이 일상으로 돌아갈 때, 그 사람의 일상을 보는 방식이 변하거나 일상을 비평적으로 보는 계기가 되기를 언제나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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